<p></p><br /><br />"걱정마. 엄마는 내가 지켜줄게." <br> <br>16살 중학생 아들은 전 동거남에게 폭행을 당하던 엄마에게 늘 이렇게 얘기했습니다. <br><br>전 동거남에게 목이 졸려 죽음 직전까지 내몰렸을 때도, 신고를 하러 경찰서를 찾았을 때도 아들은 항상 엄마와 함께였습니다. <br> <br>하지만, 끔찍이도 엄마를 생각했던 아들은 이제 세상에 없습니다. <br> <br>엄마의 전 동거남 손에 목숨을 잃었습니다. <br><br>숨지기 1시간 전, 엄마와의 마지막 통화에서까지 아들은 엄마를 안심시켰다고 합니다. <br> <br>"엄마, 나 이제 어린애 아니야." 이 말로 말입니다. <br><br>Q1. 얼마전 발생한 제주 살인사건 얘기입니다. 조금전 리포트에서도 나왔지만, 잔혹성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요? <br> <br>지난 18일 오후 발생한 일입니다. <br><br>48살 백모 씨가 자신의 전 동거녀와 동거녀의 아들이 살던 집에 침입해서 다락방에 혼자 있던 아들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입니다. <br> <br>이날 밤, 엄마가 퇴근해서 돌아왔을 때 숨진 아들은 결박된 채로 온몸에 멍이 들어있었는데, 부검결과 사인은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였습니다. <br> <br>방에 깔려있던 매트가 심하게 뜯겨 있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, 죽는 순간까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추정됩니다. <br><br>Q2. 유족들은 "예고된 범죄였다"고 주장합니다. 그 이유가 뭔가요? <br><br>피해자의 엄마와 백 씨는 2년여 동안 동거를 했습니다. <br> <br>그런데 지난 5월 둘의 사이가 멀어지면서 백 씨가 집을 나갔는데, 그때부터 백 씨의 폭력이 시작됩니다. <br><br>집에 찾아와서 TV와 컴퓨터를 부순 것은 물론, 피해자 엄마의 목을 조르는가 하면, 집밖으로 연결된 가스배관이 잘린 흔적도 발견됐습니다. <br> <br>3개월 동안 경찰에 신고한 것만 최소 3차례라고 하는데, 피해자 엄마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. <br> <br>[피해자 어머니] <br>"'저 인간이 와서 또 때리고 갔다' 얘기하면 아들이 화가 나서 파출소에 신고하고… 항상 그랬어요. '엄마 걱정하지 마'." <br> <br>피해자의 엄마는 백 씨가 "네 아들을 먼저 죽이고, 너를 죽이겠다"고 수차례 협박했다고 주장했습니다. <br><br>Q3.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까지 했다는데, 왜 비극을 못 막았을까요? <br><br>지난 5일부터 경찰이 이들을 신변보호한 것은 맞습니다. <br> <br>제대로 이뤄졌냐가 문제입니다. <br><br>피해자들의 주거지 주변에 2대의 CCTV를 설치했지만, 실시간 모니터링용이 아닌 녹화용이었고요, <br> <br>백 씨에게 100m 내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지만, 보름도 안 돼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. <br> <br>특히나 위급상황에서 버튼을 누르면 즉각 112신고가 되는 '스마트 워치'는 여유분이 있었음에도, 경찰서내 부서간 소통실수로 지급되지 않았습니다. <br><br>그런데,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. <br><br>백 씨는 과거에도 수차례 헤어진 연인들을 상대로 보복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었다는 겁니다. <br><br>이번에도 피해자의 엄마에게 "네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빼앗겠다"고 협박했다고 하지 않습니까? <br> <br>경찰이 백 씨의 과거 전과를 토대로 추가 범행 가능성을 예측했다면, 16살 죄없는 아이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. <br><br>Q4 경찰이 신상공개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는데요? <br><br>경찰은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사건에서 증거가 충분하고, 범죄예방을 비롯한 공공의 이익에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서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,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. <br> <br>하지만 제주경찰청은 지난 21일, 신상공개위원회조차 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. <br> <br>'범행수법의 잔인성'과 '공공의 이익' 부분에서 신상공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건데, 과연 그랬을까요? <br> <br>[피해자 어머니] <br>"애가 다 멍든 것 보니까… 그렇게 잔인할 수가 없어요." <br> <br>전문가의 의견도 경찰의 생각과는 좀 달랐습니다. <br> <br>[이수정 /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)] <br>"얼마나 잔혹한 거예요. 아이를 청테이프로 입까지 막고 팔다리까지 다 묶어놓고 목을 졸랐다는 것 아니예요.밑에 장판이 다 손톱으로 뜯겨있다는 걸 보면 고통이 오랫동안 지속됐다는 거잖아요. 그것보다 잔인한 방법이 어디있어요. 고문했다는 건데…" <br> <br>최근엔 백 씨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는데, 논란이 일자 경찰은 신상공개위원회 개최 여부를 재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. <br> <br>어른들의 미숙한 대응이 아이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입니다. <br> <br>사건을 보다, 최석호 기자였습니다.